청첩장을 받은 날 저녁, 지갑을 열어보고 한참을 망설였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한 사무실에서 3년을 같이 일했지만 사적인 대화는 거의 없었던 동료. 5만 원은 서운할 것 같고, 10만 원은 부담스럽고, 7만 원은 어쩐지 어중간해 보이고. 결국 결혼식 당일 아침 은행 ATM 앞에서 결정을 미루다가, 봉투에 이름을 어디에 써야 하는지도 몰라 접수대 앞에서 또 한 번 멈칫합니다.
경조사비는 액수 자체보다 '기준이 없다는 불안' 때문에 더 피곤한 일입니다. 매번 처음부터 고민하니 매번 어렵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관계별로 대략의 눈금을 세워두고, 봉투 쓰는 법과 현장에서의 동선까지 한 번에 정리해 두려 합니다. 한 번 정해두면 다음부터는 5초 만에 끝나는 일이 됩니다.
요즘 기준은 '5만 원 최소, 10만 원 표준'으로 옮겨왔습니다
한동안 축의금의 기본 단위는 3만 원과 5만 원이었습니다. 지금은 그 눈금이 한 칸씩 올라갔습니다. 물가와 예식장 식대가 오른 영향이 큽니다.
인크루트가 직장인 844명에게 물은 2025년 조사에서, 직장 동료 결혼식 축의금으로 10만 원을 꼽은 응답이 61.8%로 5만 원(32.8%)을 크게 앞섰습니다. 흥미로운 건 변화의 속도입니다. 2023년 조사에서 '업무적으로만 소통하는 동료'에 대한 기준은 5만 원이 65.1%로 압도적이었는데, 불과 2년 만에 10만 원이 다수 의견이 된 것입니다.
간편송금 데이터로 본 연령별 평균도 비슷한 흐름입니다. 20대는 약 6만 원, 30~40대는 10만 원, 50~60대는 12만 원 안팎으로 나타납니다. 나이가 들수록 인간관계의 폭과 소득이 함께 늘어나는 현실이 그대로 반영된 셈입니다.
액수는 정답이 아니라 관계의 거리를 숫자로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이 틀리면 어색해질 뿐, 죄가 되지는 않습니다.
관계별 눈금: 5 / 10 / 20 / 그 이상
아래는 절대 기준이 아니라 최근 통용되는 대략의 눈금입니다. 작성 시점 기준이며, 지역과 업계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 관계 | 대략의 금액 | 판단 힌트 |
|---|---|---|
| 얼굴만 아는 사이, 단톡방 지인 | 5만 원 | 1년에 한두 번 연락하는 정도 |
| 가벼운 교류가 있는 동료·지인 | 7~10만 원 | 밥을 같이 먹은 기억이 있다 |
| 자주 보는 동료, 오래된 친구 | 10만 원 | 상대 결혼식에 '당연히' 갈 사이 |
| 절친, 가까운 선후배 | 15~20만 원 | 결혼 준비 과정을 들어온 사이 |
| 형제·자매, 아주 가까운 사이 | 30만 원 이상 | 가족 단위로 논의 |
세 가지 보정 요소를 얹으면 판단이 훨씬 쉬워집니다.
첫째, 식사 여부입니다. 요즘 도심 예식장 식대는 1인 7~10만 원대가 흔합니다. 5만 원을 내고 식사를 하면 계산상 상대가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됩니다. 그래서 "식사하면 10만 원, 봉투만 보내면 5만 원"이라는 실용적 기준이 널리 쓰입니다. 배우자나 아이를 동반한다면 인원수만큼 얹어 생각하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둘째, 받았던 기억입니다. 내 경조사 때 상대가 얼마를 냈는지가 가장 정확한 기준입니다.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것이 결례가 아니라 오히려 예의입니다.
셋째, 앞으로의 거리입니다. 이직·졸업 등으로 관계가 자연스럽게 정리될 사이라면 무리해서 올릴 필요가 없습니다. 경조사비는 관계를 사는 값이 아니라 관계를 확인하는 인사입니다.
조의금은 결이 다릅니다
축의금은 축하이고, 조의금은 위로입니다. 그래서 액수를 저울질하는 감각도 조금 다릅니다.
조의금은 축의금과 달리 금액의 경쟁이 거의 없습니다. 대체로 5만 원과 10만 원이 가장 흔하고, 가까운 사이면 그 이상으로 올라갑니다. 다만 상가에서는 액수보다 찾아갔다는 사실 자체가 훨씬 무겁게 기억됩니다. 멀어서 못 가는 경우라면 봉투만 전하기보다, 며칠 뒤에라도 짧은 연락을 덧붙이는 편이 오래 남습니다.
또 하나. 조의금은 3·5·7·10만 원처럼 홀수 단위를 쓰고 4만 원은 피하는 관습이 남아 있습니다. 엄격한 규칙이라기보다 마음을 덜 불편하게 하는 관례 정도로 이해하면 충분합니다.
봉투, 앞뒤를 헷갈리지 않는 법
접수대 앞에서 가장 많이 당황하는 지점입니다. 정리하면 간단합니다.
결혼식 봉투는 앞면 중앙에 축 결혼(祝 結婚), 축 화혼(祝 華婚) 등을 씁니다. 요즘은 예식장에 인쇄된 봉투가 비치돼 있어 앞면은 비우고 뒷면만 채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장례식 봉투는 앞면 중앙에 부의(賻儀)를 가장 많이 씁니다. 근조(謹弔), 조의(弔儀), 전의(奠儀), 향촉대(香燭代)도 함께 쓰이는 표현입니다. 부의는 상가에 보내는 물품이라는 뜻이고, 근조는 죽음을 삼가 슬퍼한다는 뜻입니다.
뒷면은 공통입니다. 왼쪽 아래에 세로로 이름을 쓰고, 소속은 이름의 오른쪽 위에 적습니다. 예를 들어 이름이 '김한결'이고 소속이 '○○팀'이라면, 이름 세 글자를 세로로 내려쓴 뒤 그 오른쪽 위에 팀명을 작게 적는 식입니다. 동명이인이 있을 수 있는 큰 회사라면 소속을 반드시 적어야 상주가 나중에 감사 인사를 보낼 수 있습니다.
단체로 모아서 낼 때는 뒷면에 회사명이나 모임 이름만 적어도 무방합니다. 인원이 많다면 봉투 안에 이름 목록을 적은 종이를 함께 넣습니다. 그리고 상가에서는 봉투 입구를 접지 말고 펼쳐서 전달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현장에서 덜 당황하는 작은 동선들
봉투와 액수를 정했다면 나머지는 순서의 문제입니다.
결혼식장에서는 도착 → 접수대에서 봉투 전달 → 방명록 작성 → 식권 수령 순으로 움직입니다. 신랑·신부 측 접수대가 나뉘어 있으니 방향을 먼저 확인하세요. 혼주에게는 길게 말할 필요 없이 "축하드립니다" 한마디면 충분합니다.
상가에서는 조문록 작성 → 분향 또는 헌화 → 절 또는 묵념 → 상주와 맞절 → 조의금 전달 순입니다. 상주에게 건네는 말은 짧을수록 좋습니다. "얼마나 상심이 크십니까" 정도면 됩니다. 사인이나 경위를 묻는 질문은 피하는 것이 기본 예의이고, 복장은 어두운 무채색이면 충분합니다.
가지 못하는 경우에는 간편송금으로 보내는 것이 이제 전혀 결례가 아닙니다. 다만 송금 메모에 이름과 관계를 함께 남겨주세요. "김한결(○○팀)"처럼 적으면 받는 쪽이 정산할 때 훨씬 수월합니다.
한 번 정해두면 다음부터는 쉬워집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축의금은 5만 원이 최소, 10만 원이 표준으로 눈금이 옮겨왔고, 식사 여부·받았던 기억·관계의 거리 세 가지로 보정하면 됩니다. 조의금은 액수보다 방문 자체가 더 크게 남습니다. 봉투는 앞면에 축 결혼 또는 부의, 뒷면 왼쪽 아래에 세로로 이름, 그 오른쪽 위에 소속. 이 정도면 대부분의 상황이 해결됩니다.
경조사비를 두고 오래 고민하게 되는 건 인색해서가 아니라 상대를 함부로 대하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그 마음이면 이미 충분합니다. 몇 년이 지나 남는 기억은 봉투의 두께가 아니라 그날 그 자리에 와 준 얼굴 쪽이니까요.
가을은 유난히 청첩장이 많이 오는 계절입니다. 이번 주말, 조금은 덜 망설이고 나서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