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순위표는 이상한 물건이다. 4월에는 그냥 표였고, 6월에는 참고 자료였다. 그런데 9월이 되면 같은 표가 갑자기 체온을 갖는다. 어제까지 4위였던 팀이 오늘 5위가 되어 있고, 승차 0.5라는 숫자 앞에서 사람들이 한참을 말없이 서 있다.

그런데 막상 중계를 보다 보면 이런 말들이 쏟아진다. "와일드카드라서 4위가 유리해요." "이 경기 지면 상대전적이 걸립니다." "매직넘버가 세 개 남았습니다." 야구는 좋아하는데 이 문장들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모르고 지나간 적이 있다면, 오늘 가을야구의 규칙 만 한 번 정리해 두자. 이상하게도, 규칙을 알면 9월의 평일 경기가 훨씬 긴장된다.

가을야구의 문은 다섯 개, 그런데 폭이 다 다르다

KBO 리그 포스트시즌에는 정규시즌 상위 5개 팀 이 나간다. 열 팀 중 절반이니 후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다섯 자리는 똑같은 자리가 아니다. 문은 다섯 개지만, 1위에게 열린 문과 5위에게 열린 문의 폭이 전혀 다르다.

구조를 먼저 보면 이렇다.

단계맞붙는 팀방식
와일드카드 결정전4위 vs 5위4위 홈에서 최대 2경기
준플레이오프3위 vs 와일드카드 승자5전 3선승제
플레이오프2위 vs 준플레이오프 승자5전 3선승제
한국시리즈1위 vs 플레이오프 승자7전 4선승제

정규시즌 1위는 아래에서 세 번의 싸움이 끝날 때까지 쉬면서 기다린다. 투수 로테이션을 정리하고, 부상자를 회복시키고, 상대를 지켜본다. 반대로 5위는 한국시리즈 트로피까지 가려면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시작해 네 단계를 전부 통과해야 한다. 순위 한 칸의 차이가 사실은 경기 수와 체력의 차이 라는 말이 여기서 나온다.

같은 가을에 초대받았어도, 누구는 객석에서 기다리고 누구는 첫 경기부터 전력으로 뛴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4위가 들고 나오는 '보이지 않는 1승'

가장 많이 헷갈리는 단계가 여기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4위와 5위가 붙지만, 시작부터 1승 0패 다. 4위 팀에게 1승이 먼저 주어진 상태로 시작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결과가 이렇게 갈린다. 4위는 한 경기만 이기면 끝이고, 심지어 비기기만 해도 다음 단계로 올라간다. 5위는 두 경기를 내리 이겨야 한다. 경기 장소도 4위 팀 홈구장이고, 최대 두 경기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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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에 "4위 사수"라는 말이 그렇게 절박하게 들리는 이유가 이것이다. 4위와 5위는 순위표에서는 한 칸 차이지만, 가을에 들어서는 순간 한 칸이 아니라 한 경기 반의 차이 가 된다. 시즌 막판에 4위 팀이 5위 팀과 맞붙는 경기가 있다면, 그 한 경기는 승차 조정과 기싸움이 동시에 걸린 경기라고 보면 된다.

단이 점점 높아지는 사다리 — 준PO부터 한국시리즈까지

와일드카드를 통과한 팀은 3위와 준플레이오프를 치른다. 5전 3선승제, 즉 먼저 3승을 하면 올라간다. 여기서 또 하나의 보상이 등장한다. 상위 순위 팀이 홈에서 먼저 시작하고, 시리즈 전체에서 홈경기를 한 경기 더 치른다. 익숙한 구장, 익숙한 바람, 가득 찬 관중. 단기전에서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준플레이오프를 통과하면 2위와 플레이오프를, 같은 5전 3선승제로 치른다. 그리고 마지막이 한국시리즈다. 7전 4선승제로 길어지는데, 시리즈가 길어질수록 운보다 전력이 드러난다. 3경기 안에서는 한 선수의 한 방이 시리즈를 뒤집을 수 있지만, 7경기에서는 불펜의 깊이와 선발 네 번째 자리가 결국 드러난다.

이 구조를 알고 나면 중계에서 듣는 "아래쪽 팀은 투수 소모가 문제"라는 해설이 다르게 들린다. 5위에서 올라온 팀은 한국시리즈 1차전에 설 때까지 이미 단기전을 세 번 치른 몸이다. 그런데도 아래에서 올라온 팀이 우승하는 장면이 종종 나오는 게, 가을야구가 끝까지 안 봐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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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률이 같으면 누가 위인가 — 동률의 규칙

9월 순위표를 보다 보면 승률이 소수점 셋째 자리까지 똑같은 경우가 생긴다. 이때 순위는 어떻게 정할까. 같은 동률인데 처리 방식이 두 가지로 갈린다.

  • 1위가 동률일 때: 시즌이 끝난 뒤 1위 결정전 을 따로 치른다. 한국시리즈 직행이라는 보상이 워낙 크기 때문에, 책상 위 계산이 아니라 그라운드에서 결정하게 한 것이다. 이 규정은 2020시즌부터 적용되고 있다.
  • 그 밖의 순위가 동률일 때: 추가 경기 없이 구단 간 상대전적 으로 가른다. 한 시즌 동안 두 팀이 서로 맞붙어 더 많이 이긴 쪽이 위로 간다. 실제로 2022시즌에는 3위 승률이 같았던 두 팀 가운데 상대전적에서 앞선 팀이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그래서 시즌 막판 순위 경쟁 팀과의 맞대결은 승차 계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동률이 됐을 때를 대비한 저금 이기도 하다. 5월에 치른 경기 하나가 9월의 순위를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매직넘버, 그리고 '남은 경기의 무게'

매직넘버는 공식을 외울 필요는 없고 개념만 잡으면 된다. 남은 경기에서 몇 승을 더 쌓으면, 경쟁팀이 남은 경기를 전부 이겨도 나를 넘지 못하는지 그 승수가 매직넘버다. 매직넘버가 3이라면 세 번만 더 이기면 경쟁팀 결과와 무관하게 확정된다는 뜻이다.

다만 KBO는 계산이 조금 더 까다롭다. 무승부가 존재하고, 팀별 남은 경기 수가 다르며, 우천 취소로 밀린 경기가 몰려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9월 중계에서 "경우의 수"라는 말이 반복된다. 숫자 하나로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여기서 팬이 실제로 체감하는 건 조금 다른 계산이다. 남은 경기를 누구와 치르는가. 남은 열 경기가 하위권 팀과의 경기인 팀과, 1·2위 팀을 연달아 만나는 팀의 승수는 같은 무게가 아니다. 9월 순위표를 볼 때 승차와 함께 남은 상대를 한 번 확인해 보면, 그 팀의 가을이 얼마나 얇은 얼음 위에 있는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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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을 알면, 화요일 저녁 경기도 달라 보인다

정리하면 이렇다. 포스트시즌은 5팀, 4위와 5위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4위가 1승을 안고 시작하며, 준PO와 PO는 5전 3선승, 한국시리즈는 7전 4선승, 1위는 직행한다. 동률은 1위만 경기로 가리고 나머지는 상대전적으로 정리한다. 이 다섯 문장만 알고 있으면 9월 중계의 용어 대부분이 해석된다.

그리고 이게 의외로 즐거움을 바꾼다. 규칙을 모르면 9월의 평일 경기는 그냥 한 경기다. 규칙을 알면, 3위 팀이 4위와의 승차를 벌리려 애쓰는 이유, 4위 팀이 5위와의 맞대결에 에이스를 올리는 이유, 5위 팀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이유가 전부 같은 표 안에서 연결된다.

순위 경쟁은 냉정하지만, 거기에 몰려 있는 감정은 꽤 따뜻한 쪽이다. 어떤 팀이든 9월에는 1년치 마음이 한꺼번에 걸린다. 올가을, 응원하는 팀이 몇 번째 문으로 들어가든, 그 문 앞까지 버텨준 긴 여름을 같이 기억해 주면 좋겠다.

규정·일정은 작성 시점 기준이며, 세부 편성과 경기 방식은 KBO 공식 발표를 확인하시는 게 가장 정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