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보안검색대 앞에서 가방을 열고 보조배터리를 세 개째 꺼내 놓는 사람을 본 적 있으신가요? 하나는 여행용, 하나는 카메라용, 하나는 "혹시 몰라서" 넣어둔 것. 예전에는 그냥 지나갔을 일이지만, 규정이 바뀐 뒤로는 이 장면이 곧 현장 실랑이가 됩니다. 보조배터리를 새로 사려는 분이라면 용량 숫자보다 먼저 볼 것이 있습니다. 바로 Wh(와트시)입니다.

규정부터: 2026년 4월 이후 무엇이 달라졌나

보도에 따르면 국내 항공편에서는 2026년 4월 20일부터 기내 반입 보조배터리가 1인당 2개까지로 제한되고, 기내에서 보조배터리를 사용하거나 이것으로 기기를 충전하는 행위도 금지됐습니다. 용량 기준은 160Wh 이하이며, 100Wh를 넘는 제품은 항공사 승인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존에도 보조배터리는 위탁수하물에 넣을 수 없고 객실 휴대만 가능했는데, 그 원칙 위에 개수와 사용 제한이 더해진 셈입니다.

보조배터리를 고르는 기준은 이제 "얼마나 큰가"가 아니라 "비행기에 몇 개를 들고 탈 수 있는가"입니다.

다만 세부 기준은 항공사와 노선(국제선 포함)에 따라 다를 수 있고 이후 바뀔 수도 있습니다. 이 글은 작성 시점 기준이므로, 출발 전 이용 항공사 공지를 꼭 다시 확인해 주세요.

mAh가 아니라 Wh로 보는 이유

제품 포장에는 보통 20,000mAh처럼 mAh가 크게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항공 규정은 전기에너지 총량인 Wh로 정합니다. 전압이 다르면 같은 mAh라도 에너지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계산은 간단합니다.

Wh = mAh × 전압(V) ÷ 1000
예) 20,000mAh × 3.7V ÷ 1000 = 74Wh
예) 27,000mAh × 3.7V ÷ 1000 = 99.9Wh (100Wh 경계)
예) 40,000mAh × 3.7V ÷ 1000 = 148Wh (항공사 승인 구간)

대부분의 리튬이온 보조배터리 셀은 3.7V 기준으로 표기합니다. 그래서 흔히 약 27,000mAh가 100Wh의 경계선이라고 기억해 두면 편합니다. 제품 뒷면이나 스펙표에 Wh가 직접 적혀 있다면 그 숫자를 그대로 믿으면 됩니다. 반대로 Wh 표기가 없고 mAh만 있는 제품은, 공항에서 설명하기 번거로울 수 있으니 피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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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만 들고 탄다면, 조합이 곧 전략

1인 2개 제한 때문에 "작은 것 여러 개"는 전략이 못 됩니다. 이제는 두 개로 여행 전체를 버텨야 하니까요. 상황별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 1박 2일 국내 여행, 스마트폰 위주: 10,000mAh급 1개면 충분합니다. 폰 한 대를 약 2회 가까이 충전할 수 있는 용량입니다.
  • 3~5일 해외 여행, 폰 + 이어폰 + 태블릿: 20,000mAh급(약 74Wh) 1개 + 10,000mAh급 1개. 합쳐도 100Wh 미만이라 승인 문제에서 자유롭습니다.
  • 노트북까지 충전해야 하는 출장: 65W 이상 PD 출력을 지원하는 20,000mAh급을 고르되, 비행기 안에서는 쓸 수 없다는 점을 전제로 탑승 전 충전을 계획해야 합니다.

핵심은 "기내에서 쓰는 배터리"가 아니라 "도착지에서 쓰는 배터리"로 생각을 바꾸는 것입니다. 비행 중에는 기기를 100%로 채워서 타고, 보조배터리는 공항 도착 후와 이동 중에 씁니다.

살 때 확인할 네 가지

첫째, Wh 표기와 인증 마크. KC 인증 번호가 있는지, 제품 라벨에 정격 용량(Wh)이 인쇄돼 있는지 봅니다. 인증 없는 저가 제품은 발열·팽창 위험이 더 크고, 공항에서 용량 확인이 어려워 제지당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둘째, 출력(W)과 포트 구성. 폰만 충전한다면 20~30W면 충분하지만, 노트북·태블릿까지 쓸 거라면 45~65W 이상의 PD 출력이 필요합니다. 출력이 높을수록 같은 용량이라도 빨리 닳는다는 점도 기억해 두세요.

셋째, 무게와 크기. 10,000mAh는 대략 200g 안팎, 20,000mAh는 400g 안팎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루 종일 들고 걷는다면 이 차이가 체감됩니다. 작성 시점 기준 제품마다 편차가 크니 스펙표의 실제 무게를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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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케이블 내장형의 편리함과 한계. 케이블이 붙은 타입은 챙길 것이 줄어들지만, 케이블이 망가지면 전체를 못 쓰게 되기도 합니다. 여행용이라면 단자가 교체 가능한 일반형도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안전하게 쓰는 습관

규정 때문에만 조심할 일이 아닙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충격·고온에 약합니다. 여름철 차 안, 이불 속 충전, 부푼 흔적이 보이는 제품은 바로 사용을 중단해야 합니다. 공항에서는 단자에 테이프를 붙이거나 개별 파우치에 넣어 단락을 막고, 보안검색 때 바로 꺼낼 수 있게 가방 바깥쪽 주머니에 두면 훨씬 수월합니다. 수명이 다한 제품은 일반 쓰레기가 아니라 지자체 폐건전지·소형 폐가전 수거함으로 배출해야 합니다.

정리하며

보조배터리는 "클수록 좋다"에서 "규정 안에서 딱 맞게"의 시대로 넘어왔습니다. 기억할 것은 세 가지입니다. Wh로 확인하고, 2개 이하로 조합하고, 기내가 아닌 탑승 전·도착 후에 충전하기. 그리고 출발 전 항공사 공지를 한 번 더 열어보는 수고가 공항에서의 당황을 막아 줍니다.

곧 있을 여행 가방을 싸고 계신다면, 오늘 저녁 서랍 속 보조배터리 뒷면부터 한번 뒤집어 보세요. 작은 글씨로 적힌 그 숫자가 여행의 첫 관문을 훨씬 가볍게 만들어 줄 겁니다. 안전하고 든든한 여행 되세요.